지하 전시장에는 강익중, 김민정, 김성윤, 도윤희, 박민준, 유근택, 이명호, 이슬기, 장영혜중공업, 최우람 등 갤러리현대와 함께 성장한 한국 작가들의
대표작과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신작이 대거 공개된다.
3×3인치의 정사각형 나무판에 작가가 ‘아는 것’을 한 글자씩 적고 이를 거대한 달항아리
형상으로 조합한 강익중의 〈내가 아는 것〉, 향과 초를 사용해 태운 한지를 세심하게 배열해 완성한 김민정의
〈The Street〉, 공예와 구술 문화, 동시대 미술의 연관성을 탐구하며 통영의 누비 장인과 협업한 이슬기의 〈U: 쥐
죽은 듯〉과 〈U: 나비의 꿈〉 등은 전통의 현대화라는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성윤, 도윤희, 박민준, 유근택의 회화 작품은 구상과 추상, 재료와 기법, 형상과 사유, 우연과 계획, 픽션과
리얼리티,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등 동시대 회화의 폭넓은 이슈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며, 캔버스에 나무가 그려져 있는 것처럼 회화적 장면을 연출한 이명호의 ‘나무’ 연작은 사진 매체의 역사와 본질적
속성을 사유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음악이 감각적으로 한데
어우러진 장영혜중공업의 영상은 부조리한 삶의 이면을 들추는 통렬한 아포리즘이며, 거대한 흰 꽃이 천천히
피고 지는 것처럼 보이는 최우람의 대형 신작 〈하나(이박사님께 드리는 답장)〉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은유한다.
본관에서는 이승택, 곽덕준, 박현기, 이건용, 이강소
등 주류 미술계에 편승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한국의 실험미술가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이들의
작품에는 자연과 인공, 삶과 예술, 물질과 관념, 전통과 혁신, 실재와 환영을 둘러싼 첨예한 화두가 담겨있다. 갤러리현대는 2010년대 한국 실험미술가를 재조명하고 있으며, 세계 미술사의 거대한 흐름과 맥락에 맞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에는
이승택의 고드랫돌 작품, 2016년에는 이건용의 작품이 테이트에 소장되었고, 2018년에는 박현기의 비디오 돌탑 작품이 뉴욕현대미술관에 컬렉션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물질과 현상의 관계를 유머러스한 개념적 언어로 풀어낸 곽덕준의 계량기 작품 〈2개의 계량기와
돌〉이 출품되며, 자연의 물질과 인공의 비디오를 병치한 박현기의 대표작 〈무제(TV 시소)〉, 신체-장소-행위 등에 대한 독창적인 미학과 사유가 담긴 이건용의 회화와
퍼포먼스 사진을 함께 소개한다. 이밖에 전시장 천장과 바닥, 벽면을
전방위적으로 사용하며 설치되는 이승택의 1982년작 〈무제〉가 발표 이후 38년 만에 공개되며, 세리그래피
방법을 이용하여 이미지와 리얼리티의 문제를 시각화한 이강소의 〈무제-7812046〉와 〈무제-7812026〉은 1978년에 제작된 이후 처음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