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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별종 화가 이명호
2025.05.18
김종근 | 미술평론가

Myoung Ho Lee, ‘Tree’ Series © Myoung
Ho Lee
도봉구
해등로 산 언덕 약간 비탈길에 그의 작업실이 있다. 마치 연극무대 같았던 그의 사진 작업실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별스럽다. 사람들은 그를 사진작가라 부르지만 나는 그를 좀 별스러운 동서양 화가로 부르고 싶다. 그만큼 그의 작업은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무엇보다 그는 카메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처럼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유명한 팝가수 엘튼 존 등 명사들이 그의 작품을 컬렉션하고 미국 LA 폴 게티뮤지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국립미술관, 미국 뉴욕의 요시밀로갤러리 등
세계 각국의 대표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그는 나무를 캔버스 앞에 두고 카메라로
찍는 사진 화가이다. 그 대상의 주요 모티브는 사막 등 을숙도의 풍경 등 풀들이 있지만, 기본은 언제나 나무이다.
언젠가
학교에서 사색하며 고민하며 앉아 있는데 그때 갑자기 그의 앞으로 나무가 걸어왔다고 했다. 이 운명적인
나무의 등장이 그의 작가로서의 성공과 평생 작업 사진의 화두가 된 것이다.
그는
삶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부유하는
이미지 한 장이 가져다주는 강렬한 느낌의 삶 속에서 자신의 예술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그것이 바로
나무 뒤에 하얀 캔버스를 세우고 작업한 ‘나무’ 시리즈의 출현이다.
나무라는
대상을 원래의 자연에서 가져와 분리시키며 그것에 이명호가 드러내고 싶어 하는 예술적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경의와 이미지의 재현과 재연에 대한 예술적 탐색으로 사진은 물론 시각예술 분야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이 20여 년 이상 그가 끌고 온 대형 캔버스에 작가는 마치 화가들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캔버스를 실재하는
대상 뒤에 설치함으로써 화가들이 했던 행위들을 창조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그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대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
그
주인공은 자연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흔한 나무 한 그루가 바로 흰 캔버스의 풍경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명호 작가가 예술가로서 사물, 즉 대상을 드러내는 최고의 방식이다.
이런
별스럽고 기괴한 발상의 이명호 작품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건 암스테르담 사진 박물관이었다. 그들은
특집 기사로 이명호의 작품을 세세하게 다루기도 했고 이명호는 전 세계에 한류를 전하는 메신저로도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었다.
그의
이런 컨셉과 개념의 작품들은 그래서 실제 나무와 동양화의 수묵회화가 섞인 듯한 아우라와 신비감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일본의
아마나 홀딩스 대표이사 신도 히로노부가 “이명호 작가의 작품 스케일과 완성도, 균형미에 극찬하고 훌륭하고
규모가 큰 것에 감탄하는 이유이다. 늘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캔버스가 이명호 작가의 작품에선 엄청난 그
자체로 힘을 가진다.
거대한
고목을 담기 위해 마련된 9m 높이의 캔버스도 우리를 낯선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명호 작가의 캔버스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상 그 속에는 궁전도, 가로수
길도, 부산의 을숙도까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장소는 물론 자연이 감춘 풍경 속에서 마음에
드는 피사체를 찾고 있다.
사진작가
호소에 에키고가 그를 일컬어 ”사진 역사에 획을 그을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작가라고 극찬한 배경이다. 그의
예술작업이 세계로 가고 있는 한류의 미래에 어쩌면 가장 주옥같은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명상을
즐기던 일본 근대 철학자 니시가 기타로에 빗대며 내 작업을 ‘수행의 과정’으로 표현한 것도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호 작가는 언제나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회화나무의 복잡한 심정을 생각하면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객들이 수백 년간 역사의 현장을 지킨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희망한다.
그는
올 2025년 8월 17일까지
궁능유적본부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텅빈 캔버스 그 자체에 아름다운 표현 형식과 개념과 창조적 행위가
사진의 영역을 새롭게 변형시키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인간의 관점에서 평가받는 이름 없는 존재들
앞에 이명호 작가는 캠퍼스를 통해 그 존재들의 이름을 호명해가며 기존 사진 예술의 관념을 완전히 역전시킨다.
그는
작가가 개입하는 걸 최소화하고 캔버스 하나만으로 예술이 될 수 있는 고민을 늘 하고 있다. 정말
물감으로 캔버스에 그리는 화가처럼 말이다.
그것은
사진의 또 다른 표현의 혁명이면서 새로운 차원의 창조이다. 아무것도 아닌데 다른 걸로 보이게 하는 착시로
비현실을 만드는 작업이 사진과 예술의 본질을 묻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