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 Seoungwon, Tomorrow-Dog Village, 2008 © Won Seoungwon

8평방미터 작은 방에서 이리저리 뒹굴면서 탁 트인 넓은 방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던 작가는 어느 날 친구들도 그런 꿈을 꾸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12명의 친구들에게 그들이 꿈꾸는 방을 선물하기로 한다. 물론 그에게 엄청난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을 지을 수 있는 재주도 없다. 다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는 자세와 디지털 카메라, 발품을 팔아가며 찍은 사진들을 알라딘의 마술 램프 속 지니처럼 이리저리 오리고 붙일 수 있게 해 주는 컴퓨터,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뒷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마우스 펜을 꼼지락거릴 수 있는 지구력이 그에게 있었다. - 〈Dreamroom〉 프로젝트 

《Tomorrow》展은 원성원과 이배경의 ‘꿈의 방’을 라이트박스로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반 사진 현상 대신 라이트박스를 선택하여, 마치 반딧불이 어두운 밤 숲속에서 길 안내를 해 주듯, 빛을 발하는 두 개의 ‘꿈의 방’이 〈Tomorrow〉에로 관객을 안내한다. 〈Tomorrow〉는 〈Dreamroom〉와 제작 기법이나 과정상의 유사성 때문에 그저 전작에 이은 또 다른 소원 성취 프로젝트로 오해되기 쉽다. 하지만 〈Tomorrow〉는 분명 이전 작업에 비해 심화되어 있다. 우선 〈Tomorrow〉에는 작가가 시간을 지각하는 고유한 방식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그의 ‘tomorrow’그저 단순히 ‘내일’이 아니다. 그의 내일은 어제의 흔적이 축적되고, 어제와 오늘이 혼재하며 생기는 그런 ‘내일’이다. 이전 작업과의 또다른 차이점은 화면상에 펼쳐지는 ‘관계’의 그물망이다.

〈사과 같이 붉은 뺨을 가진 여자와 빙어낚시를 사랑하는 남자〉, 〈북한산을 좋아하는 남편과 설악산을 좋아하는 아내〉, 그리고 한 때 가족처럼 지냈던 고양스튜디오 3기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에피소드들이 복합적으로 펼쳐진다. 그것은 사진이라는 평면이라기보다 끊임없이 화면 뒤로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계속해서 펼쳐내는 그림책을 입체 그림책을 닮았다. 그리고 그 그림책 사이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살짝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이전에도 간간히 작은 드로잉들을 전시에 사용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드로잉 작업을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담기에는 약간 지쳤을지도 모르고, 마우스 클릭이라는 디지털 작업을 하다 보니 손으로 ‘직접’ 하는 아날로그 작업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의 감정과 느낌을 드로잉으로 풀어내면서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에 덧붙여 작가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원성원 특유의 손맛이 살아 있는 드로잉 작품들이 벌써부터 다음 전시를 기대하게 할 만큼 호기심을 바싹 당겨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 한 번에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 욕심 낸 것은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남았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