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전시전경 © 신도문화공간

이슬기 작가에게 세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 채 존재하는 듯 하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진 현실 세계와 더불어 또 다른 하나의 세계, 즉 신화, 설화, 속담 등에 숨어 삶의 이면에서 슬금슬금 우리 일상에 조금씩 개입해온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슬기 작가는 이 두 세계를 연결 짓는 매개체로서, 상상력과 시적 은유가 응축된 작품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이 이미 함의하고 있지만 바쁜 현실 속에 잊고 있는 것들을 소환시키고 환기시키는 데 주력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북과 커튼, 그리고 누비 이불을 통해 이 두 세계의 연결과 공존을 시도한다.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북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도구의 하나로,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등 공동체 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중요한 도구다. 작가는 이 전시를 위해 특별히 북 장인이 제작한 한국 전통 북을 제작했고, 이 북에 달 토끼에 대한 설화를 더했다. 즉, 각 문화마다 공통적으로 구전되어온 달 속 토끼에 대한 설화를 바탕으로, 공동체 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북을 울리는 각자의 행위를 통해 달 속 토끼를 소환해보기를 시도한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예전의 그 어떤 전시보다 관람객들의 참여를 염원한다. 그런 까닭에 전시장의 한 가운데 위치하게 될 북의 현전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없어져가는 공동체 의식과 소통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북 너머 설치될 커튼 형식의 설치물은 산이 중첩된 모습, 즉 한국적 풍경의 재현인데, 전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커튼들을 헤쳐가며 지나가야 하는 조건을 통해 관람객이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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