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풍경들의 풍경》, 2020.06.09 – 2020.07.12,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06.01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Installation view © Space Willing N Dealing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은 6월 9일부터
7월 12일까지 윌링앤딜링 개인전 시리즈 《The
Showroom》展을 개최한다.
각자
고유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다섯 작가(노충현, 서동욱, 정용국, 강석호, 김연용)의 개인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그들의 근작을 통한 개별 작품세계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시리즈로 이루어진 전시 전체의 구성방식과 전시 간의 관계를 통해 오늘의 미술실천이 갖는 생산의 문제를
다룬다.
개인전이 갖는 미술의 생산적 측면과 그 형식을 전용한 이번 전시는 일주일 단위로 이루어진 개별
전시의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각각은 응축된 개별 전시만큼 전시의 빠른 전개와 전환, 개인전이 갖는 최소화한 전시의 조건과 형태로 제시된다.
전시가
갖는 공간적 양태를 하나의 타임라인 위에 재배치하는 이 전시는 전시의 특정한 내용과 형식의 관계 속에 작가들을 묶는 여느 기획전과 달리, 개별 전시를 전체 전시의 상이한 장면들로 나누고, 다시 이어 붙이는
전시의 편집, 다음 전시로 연결되는 전환의 효과, 그로 인한
전시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가치의 교환을 통해 창작행위의 생산적 가치가 무한히 유예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예술생산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핀다.

Installation view © Space Willing N Dealing
《풍경들의
풍경》은 풍경에 대한 프레이밍framing이라 할 수 있다. 프레이밍을
통해서 현 실의 풍경 안으로 마음이 은근히 스며들어 가기를 바래왔던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감정의 과
잉과 자기연민 그리고 의식적인 사회참여로부터 벗어나려했던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2004년에 우연히 접한 Peter Doig의 일상적 회화들은 마음에
와 닿았다. 한국현대회화에서 발견하기 어려웠던 일상의 풍부한 서정抒情을 되살리는, 아련한 기억들의 노스텔지어 nostalgia였다. 개인적인 감수성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그린다는 것이 새로운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그림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더불어 사진을 이용하면서도 추상 성이 가미된 방식으로 회화의 유동성을 추구하는
면모는 신선했다. 아마도 우리에게는 이러한 일상의 서정성이 허용될 만큼의 미술적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한국현대회화에서 서정 성이란 언제부턴가 외면당하고 그려지지 않았던 정서였다. 일상에서는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 구하고 회화에서는 거의 그려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정치사회적 현실에서 그것이 자리할 곳이 없던 탓도 크다. 서정이
없는 일상이 끔찍한 것이라면 회화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회화의 서정성을 무조건 긍정하기도 어렵다. 서정성이란 금방 식상해져 버리거나 상투적 표현으로
쉽게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감 상적인 차원으로 치환해버리는 약점도 있다. 그러하기에 현대미술에서는 주요한 접근법이 되 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서정성은
마음의 공간에 놓이고 그 감각은 허구적인 것, 거짓된 것, 화
려한 것, 과장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에서 겸허한 방식으로 나타나야 한다 고 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의 산수화는 사실성을 존중하면서 앞서 언급했던 방식으로 사계절에 대한 감각과
사색 그리고 서정을 풍부하게 그려내었다고 할 수 있다. 회화도 그러한 태도와 관점을 지니려 하고 있다.
(노충현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