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믿음의 번식(Saint Breeders)》, 2015.09.18 – 2015.12.20, 아뜰리에 에르메스
2015.09.16
아뜰리에 에르메스
Installation
view © Atelier Hermès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9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수경의 또 다른 시도를 선보이는 전시 《믿음의 번식》을 개최한다.
“믿음의 번식”이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전시는
하나의 작업이 다음 작업으로, 그 작업이 또 그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면서 회화와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현되는 이수경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펼쳐진다.
작가 스스로 최면을
통해 전생과 그 전생의 전생, 그 전생의 전생의 전생으로 역행을 거듭하여 무의식 속으로 깊이, 더 깊이 들어가면서 마주했던 장면들을 회화로 재현해낸 <전생
역행 그림>연작(2015)과 ‘바리공주’, ‘서왕모(西王母)’, ‘타라(Tara)’와 같은 민담이나 신화 속 인물들이 각자의
힘들고 고단한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깜빡, 달콤하게 잠들어 버린 순간을 포착한 ‘모두 잠든’(2015) 연작을 통해,
이수경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본디부터 그러함(本然)’에 관한, 그 ‘본연’ 속에 자리잡은, 우리 안의 ‘영성(靈性)’에 관한 관심을 슬쩍 들추어 보인다.
이러한 이수경의 관심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시도하는 <하얀 그림자>(2015)나 <그곳에 있었다>(2015)와 같은 작업으로 이어지면서
확장된다.
Installation
view © Atelier Hermès
<하얀 그림자>는
작가가 타이난(Tainan)과 니가타(Niigata), 강진에서
열린 전통적/지역적/종교적 행사를 방문하여 촬영한 영상작업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축제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과 춤에 몰입한 누군가의 존재를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이
인상적인 작업이다. 이 작업은 지난 6월에 타이페이 현대미술관(MOCA Taipei)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그림자
춤>(2015)으로, 그리고 <휘황찬란 교방춤>(2011)이나 <쌍둥이 춤>(2012)과 같이 전통 무용 퍼포먼스를 설치작업의
일부로 수용했던 시도로 거슬러 올라가는 관심사의 연장선에 자리잡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본연의 모습, 그 안에 자리잡은 영성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이수경의 시도는 아득한 시간 저 너머 언젠가로부터 이어져 온 ‘춤’을 매개로 자신의 몸과 호흡을 되찾는 바로 그 순간에 유의미한
지점을 확보한다.
<그곳에 있었다>는
전시의 제목인 “믿음의 번식”을 강하게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이다. 작가는 두 개의 돌에 금박을 입혀 그 중 하나는 자신이 보관하고, 다른 하나는 강진 소재 백련사 주지 스님을 통해 사찰에 봉헌하고 주지 스님으로부터 두 개의 돌을 받는다. 이 두 개의 돌에 다시 금박을 입힌 작가는 그 중 하나를 자신이 보관하고, 나머지
하나는 백련사 주지 스님의 지인에게 전달한다. 금박을 입힌 돌을 받은 백련사 주지 스님의 지인은 이
돌을 자신의 사찰에 봉헌하고, 작가에게 두 개의 돌과 함께 자신의 지인을 추천하게 된다. 작가로부터 비롯되어 작가의 지인과 그 지인의 지인, 그 지인의 지인의
지인으로 이어지는 돌의 교환은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가 생성되고 이러한 관계가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은유한다.
전시
《믿음의 번식》은 이수경이 지속해 온 관심사들을 연장하는 동시에 그것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변주(變奏)해 나간다.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해 온
나 자신의 몸과 호흡에 관해, 우리들 안에 존재하는 성스러움에 관해,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예술의 언어로 구현되는 방식에 관해 다시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이 전시는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