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CHEMICAL VOLUME》 © P21

P21 은 2021년 10월 1일부터 11월 6일까지 이형구의 개인전 《CHEMICAL VOLUM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9년에 열린 《PENETRALE》에 이어 P21에서 선보이는 이형구의 두번째 개인전으로, 6점의 신작이 P1, P2 두 공간에 걸쳐 설치된다.

전시 제목과 동명의 작품 〈Chemical Volume〉은 작가가 최근 이어온 작업의 여러 기법과 접근법이 집약된 설치 조각이다. 폴리우레탄 폼과 페이퍼 마쉐의 유기적인 물성을 살려 우연적인 현상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부분은 사실 수많은 테스트 작업 끝에 얻어진 결과물이다. 해체된 개체들을 엮는 금속 선재와 세밀한 부품들은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가공되어 작가 특유의 정제되고 치밀한 시각적 정체성을 나타낸다.

천체의 궤도를 떠올리게 하는 이 유기체는 천장에 매달려 미세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동시에 관람자들의 이동하는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특히 몸을 비추는 거울과 그 사이로 투시가 가능한 플라스틱 페트병은 관람자의 시선과 일치하고 어긋나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신체를 새롭게 인식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Installation view of 《CHEMICAL VOLUME》 © P21

그런가 하면 P2에 산발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조각과 드로잉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신체 구조물이 파편화된 형태처럼 보인다. 자유로워진 몸체들은 다채롭고 선명한 색상으로 덧입혀져 천장과 벽면 곳곳에 위치해있다. 특히 가느다란 니켈 와이어에서 뻗어나오는 덩어리 형상의 작품 〈polar〉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서로를 지탱하는 원동력인 긴장감에 주목하게 한다. 금방이라도 흔들려 떨어지거나 다른 무언가와 접착할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P2 공간의 점유물들은 신체 감각에 대해 작가가 자유롭게 던져놓은 실험의 파편들인 것이다.

이형구는 감각하는 주체로서의 '몸'을 기반으로 조형적인 실험을 꾸준하게 이어왔다. 다채로운 재료를 사용해 만든 가상의 장치로 견고한 신체성을 교란시키거나 동물의 신체 기관을 소재로 감각의 범주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던 이형구는 이제 골격을 해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간 자체를 신체 외벽이나 소우주로 상정해 그 속에서 형성되는 반응을 관찰하기에 이르렀다. 그 맥락에서, 《CHEMICAL VOLUME》은 상수와 변수, 주체와 객체, 작품과 관람자가 쉴 새 없이 부딪혀 생성되는 화학적 현상들을 온 몸으로 체화하기를 제안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