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시장의 정의
 
미술시장은 말 그대로 미술작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이를 구성하는 요소를 간단히 살펴보면 생산자로서의 작가와 작품이 있고, 이를 중개하는 매개자로서의 갤러리와 아트페어 그리고 옥션이 있으며,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로서의 컬렉터가 있다.


동시대미술의 운영구조

+ 동시대미술의 운영구조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이전의 미술품은 보통 왕이나 교황, 귀족 등 특정계급 만이 누리는 호사취미였는데 17세기 이후에는 자본을 축적한 일반인들도 초상화를 의뢰하고 예술가들도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면서 미술시장이 활성화되었다.
 
미술품의 구입은 크게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수집이라 함은 동시대의 정신적 가치를 후세에 남길 목적으로 미술관이나 비영리 기관등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하며, 개인이나 혹은 아트 펀드 등을 통하여 작품을 구입한 후 재판매하여 수익을 거두려는 투자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에서 말하는 컬렉션은 전자를 일컫는다.  
 
미술시장이 올바로 형성되려면 작품과 콜렉터가 중개자인 딜러나 화랑을 통해 올바른 거래 형태를 띄어야 하고 작품의 가격이 공개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며 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형성되어야 한다. 물론 미술작품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시장의 원리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시장원리에 기초하지 않을 경우 미술시장의 형성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 미술시장의 역할
 
작가가 새롭게 창작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곳을 1차 시장(Primary Market)이라 부르는데 주로 상업 갤러리에서 이 역할을 담당한다. 1차 시장에서 판매된 작품들이 다시 판매되는 곳을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이라 부르는데 주로 옥션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아트페어는 1차 시장과 2차 시장을 아우르며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온갖 종류의 다양한 작품들을 시장에 공급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미술작품의 가격은 작품의 진위여부, 주제와 매체, 그리고 크기와 희소성 등의 요소가 변수로 작용하며 판매하는 장소나 상황에 따라서도 변동요인을 갖는다. 특히 작품의 가격은 각 국가의 경제력이나 미술시장에서의 중요도 그리고 경제의 활황기나 불황기 등에 따라서도 매우 커다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미술시장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갤러리와 옥션의 전문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artsy.net이나 artnet.com과 같은 온라인 아트마켓이 등장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미술계의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전세계 미술시장의 온라인화를 꿈꾸는 야심만만한 플랫폼들로서 그 투자 규모가 수백억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여러 온라인 아트마켓이 등장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시장으로 정착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온라인 아트 마켓 플랫폼으로 상당 부분 이동해 가리라 예상된다.  

+ 갤러리
 
갤러리는 ‘값 비싸고 화려하게 장식한 살롱’을 지칭하는 말로서 그 역사는 16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 유럽의 왕이나 귀족들은 그들이 수집한 보물이나 예술품들을 궁전의 복도와 작은 방 등의 장소에 전시 혹은 보관하였는데, 그 장소들을 ‘갤러리Gallery’ 혹은 ‘캐비닛Cabinet’으로 불렀다. 

오늘날의 갤러리는 단순히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기능을 넘어 '미술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창조의 공간'임과 동시에 '자본의 창출을 통해 지속적인 전시사업을 도모하는 예술경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갤러리 중 하나로 불리우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연 매출이 1조가 넘는 메가 갤러리로서 전 세계적으로 14군데에 갤러리 공간이 있는데 뉴욕의 첼시를 비롯하여 업타운 메디슨 가 등을 포함한 5곳과 LA 비벌리 힐스에도 가고시안의 지점이 있다. 또한 런던과 파리에 각 2곳과 로마, 아테네, 제네바, 홍콩에서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로이 리히텐시타인 전시장면_가고시안 갤러리

가고시안 갤러리는 상업갤러리 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미술관에서나 가능한 전시기획력이나 작품동원력을 보여주므로써 세계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막강하며 제프 쿤스나 무라카미 다카시, 데미안 허스트와 같은 작가들이 이 갤러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

+ 아트페어
 
아트페어(Art Fair)는 보통 수 백개의 갤러리가 전세계의 특정 장소에 모여 동시대 미술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바로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술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거나 향 후 미술시장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한다.  


아트 바젤 언리미티트 전시장면

스위스의 아트 바젤이나 영국의 아트 프리즈 같은 주요 아트페어는 전 세계의 주요 메이저 갤러리들이 참가하는데 출품작들의 금액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까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며 전시의 질에 있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오늘날의 아트페어는 현대미술의 흐름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2013 아트 프리즈 뉴욕 전시장면

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에는 그 지역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들도 다양한 미술행사나 전시프로그램을 동시에 개최하므로써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메이저 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에는 소규모의 다양한 아트페어가 열리기도 하는데 이를 위성 아트페어라 부르며 스코프나 펄스 아트페어 등이 대표적이다.

2014 스코프 마이애미 아트페어 전경 및 전시장면

이 외에도 독일의 아트 쾰른이나 프랑스의 피악, 그리고 스페인을 대표하는 아르코 아트 페어 등 다양한 지역에서 그들만의 색채를 가진 아트페어가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아시아권에서도 그 숫자와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홍콩에서는 Art Basel Hong Kong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동시대 미술시장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해 가고 있으며, 중국의 Art Beijing, 상하이의 West Bund Art & Design 아트페어, 일본의 Art Fair Tokyo, 그리고 싱가포르의 Art Stage Singapore 등 수많은 아트페어가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KIAF는 대표적인 아트페어로 자리 잡았으며, 화랑협회에서 주최하는 화랑 미술제,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부산, 대구 아트페어, 광주 아트페어 등 전국적으로 아트페어의 숫자와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확산은 일반 대중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작가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Union Art Fair는 작가들의 현실적 시각을 반영하며 미술시장에 대응하는 색다른 아트페어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각 종 아트페어

또한, 최근 한국에서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같은 세계적인 아트페어도 개최되며, 국내 미술시장이 국제적 위상과 관심을 동시에 얻고 있다. 프리즈 서울은 글로벌 미술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며, 한국 아트페어 시장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아트페어의 등장과 발전은 미술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대중과 미술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 경매 (Auction)
 
미술품 경매는 경쟁을 유도하여 좀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작품을 판매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경매에서 판매되는 작품들은 경매사의 전시공간에서 약 이주일 정도의 프리뷰를 가진 후 며칠 동안 낮이나 저녁 특정한 시간에 경매가 진행된다.
 
경매에 참가하는 작품들은 카타로그에 모두 수록하며, 여기에는 작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 예를 들어 작가, 제목, 년도, 재료, 크기는 물론 개별 작품에 대한 전시경력, 수록도록, 과거 소장기록 등의 작품명세(Provenance)가 수록된다.

경매에 출품된 작품가격은 정가로 기록되지 않고 최하의 평가액과 최고의 평가액(Estimate)을 적고, 경매 시 평가액의 80% 선에서 호가가 시작되며 최저 호가가 이 평가액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그 작품은 유찰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옥션은 크리스티와 소더비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적으로 알려진 최초의 미술 경매사는 1674년에 스웨덴의 스톡홀름 경매 하우스이다.  

전세계를 대표하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옥션은 그 매출 규모가 연간 수 조원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세계 미술시장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제프 쿤스의 스테인레스 조각 <토끼>가 2019년 크리스티 옥션에서 9,100만불에 팔리면서 생존작가 최고가 기록을 가지고 있던 호크니를 제치고 1위로 등극하였다.

2019년 가을 홍콩 크리스티 옥션에서는 김환기의 <우주> 작품이 132억원에 낙찰되었다. 지난 몇 년동안 국내 미술경매 시장이 활성화되고 국제 무대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박수근과 김환기의 작품이 수십억을 넘어서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 작가도 곧 100억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와 예측이 있었는데 마침내 그 금액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김환기(1913-1974), '우주(05-IV-71 #200), 1971, Oil on cotton (diptych). 254 x 254 cm / ⓒWhan-Ki Foundation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활발히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판매 규모가 연간 수백억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연간 총생산 규모가 2000조를 넘었다고 한다. OECD 국가들의 평균 미술시장이 연간 총생산의 0.1% 규모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0.02% (약 4,000억)에 불과하다고 하니 앞으로 미술시장이 더욱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컬렉터
 
컬렉션이란 기본적으로 일정 이상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모으고 그것을 영구적으로 소장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지극히 소수의 재벌 집안에서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이제는 유명 연예인이나 신흥 기업인 혹은 미술에 관심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미술품 구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미술에 관심있는 젊은이들도 아트페어나 갤러리에 와서 몇백만원 짜리 작품을 사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미술품도 명품처럼 하나의 상품이나 기호품으로서 소비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자본주의의 자연스런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의 중요 미술관이나 비영리 컬렉션들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지원하고 이들의 작품을 컬렉션하므로서 인류의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어떤 컬렉터들은 작품구입을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또한 어떤 컬렉터는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므로써 그 작가의 작품경향을 좌지우지 하기도 하며 어떤 컬렉터는 젊은 작가를 유명한 작가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크리스티 옥션의 사주인 프랑스와 피노는 자신의 옥션과 컬렉션을 통하여 미술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yba의 대부 찰스 사치는 데미안 허스트를 통하여 현대미술의 세계에서 컬렉터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프쿤스와 프랑스와 피노

또한 유명 패션회사인 뤼비통이나 자동차 회사인 벤츠 등 수없이 많은 기업이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면서 많은 동시대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도 많은 기업들이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면서 미술품을 컬렉션하고 있다.


돈 루벨, 메라 루벨(Don & Mera RUBELL)과 가족

미술품 컬렉션은 부자들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혀 부자가 아닌 상황에서 시작하여 유명 컬렉터가 된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돈 루벨, 메라 루벨(Don & Mera RUBELL) 부부이다.
 
 두 사람은 브룩클린대 도서관에서 만나 3년의 연애를 거쳐 돈이 24살, 메라가 21살 때인 1964년 결혼했다. 돈은 코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한 시기였고, 메라는 막 교사가 됐던 시기였으며 월수입이라야 4-500달러가 전부였지만 이 부부는 매월 25달러를 그림 사는데 썼다고 한다.
 
이 부부는 주급 100달러를 받던 신혼 초부터 작업실과 화랑을 매달 수십 곳씩 찾아다니면서 ‘작품이 탄생하는 창작의 산실을 찾아, 작가와 대화를 나눈 후 그림을 수집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며 이 원칙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미술 컬렉션은 작품 평가는 물론이거니와, 작가의 됨됨이와 예술철학·투지 등을 두루 점검한 후 이뤄져야 한다는 그들의 신념 때문이다.
 
메라는 “급여를 받으면 조금씩 따로 떼어, 작품을 샀다. 당시 경제불황이 극심해서 청년작가들은 상점 초입에 화구를 들여놓고 그림을 그렸기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시작한 작품 수집은 오늘날 장 미쉘 바스키아, 키스 해링, 신디 셔먼, 야요이 쿠사마, 제프 쿤스같은 쟁쟁한 컬렉션을 포함하여 찰스 레이, 마우리치오 카텔란, 폴 매카시처럼 대단히 급진적인 작가들과 일반 컬렉터가 수집을 꺼리는 미디어 아트와 개념미술 등 약 6,800점, 840여 작가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돈과 메라 루벨의 7,200점에 이르는 작품 컬렉션을 소장한 루벨 미술관.

이 부부는 지금은 마이애미와 워싱턴 DC에 호텔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젊은 시절 에는 오로지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누구나 원하기만 한다면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인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고, 내 삶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킬 수 밖에 구조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 못지 않은 부를 갖추었고 미술과 같은 문화예술을 통하여 좀 더 정신적이면서도 풍요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동시대 미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미술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통해 삶의 깊이와 풍요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