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이
한국 출신의 수석 큐레이터 주은지를 해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술관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발표를
통해 “직장 내 부적절한 행동(Workplace misconduct)과
관련해 내부 규정을 근거로 그녀를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인사 문제”라는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주은지의 경력과 업적
주은지는 2017년 SFMOMA에 합류하여 현대미술 부문을 이끌었으며, 미술관의 확장
이후 새롭게 선임된 첫 번째 현대미술 수석 큐레이터로서 주목받았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로스앤젤레스의 레드캣 미술관에서 창립 큐레이터로 활동한 뒤, 뉴욕의
뉴뮤지엄에서 교육 및 공공 프로그램 디렉터로 역임했다. 또한,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2015년 샤르자 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을 기획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2019년에는 20명의
다국적 작가들의 신작과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기획하며 SFMOMA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전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주은지는 재임 기간 동안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전시하는 데 주력하며 미술계에서 독창적인
큐레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대표 전시와 작품
그녀는 필리핀 출신 작가 파시타 아바드(Pacita
Abad)의 첫 번째 회고전을 개최하며, 독재와 시민 투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2022년에는 미국 작가 카라 워커(Kara Walker)와 협력하여 제작한 대형 설치 작품 〈포투나 앤드 디 이모털리티 가든 머신(Fortuna and the Immortality Garden Machine)〉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권력, 기술, 그리고
사회가 인간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며 호평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주은지가 미술관을
떠난 이후에도 2026년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해고 논란과 SFMOMA의 내부 문제
주은지의 갑작스러운 해고는 SFMOMA 내부의
문제와도 맞물려 논란을 낳고 있다. 2021년에는 당시 수석 큐레이터 게리 가렐스(Gary Garrels)가 직원들에게 무례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으며,
관장 닐 베네즈(Neal Benezra) 또한 내부 갈등 끝에 사임한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주은지 역시 미술관 직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녀는 해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은 SFMOMA의 조직 문화와
인사 문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미술관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