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 Resort #01, 2007

여름이 말 그대로 다사다난하게 가고 있다. 날씨로 놀라고 국제 행사로 놀라고 범죄로 놀라고. 그 와중에 휴가철을 분명 지나긴 했는데, 찔끔 스쳐가 버린 시간이 벌써 저만큼 멀어진 기분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여름에 한두 달씩 바캉스를 간다고 부러워했는데 이제 경제 위기로 옛말이 되었다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남들 물놀이하는 것도 볼만큼 보았으니 이제 찬 바람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계절이다.
 
하지만 이글거리는 태양은 아직 기세 등등하고 햇볕에 그을린 손등이 뽀얗게 돌아오지도 않았다. 멀어져 가는 휴가철의 뒤통수가 아쉬울 때, 김천수(42) 작가의 ‘리조트(2007~2009)’ 연작이 안성맞춤이다. 동명의 첫 개인전을 2009년에 개최한 이후로 김천수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가상과 실제의 공간이 지니는 의미가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규정되는지에 대한 작업을 계속해 왔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레저 활동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꾸준히 천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튀르키예(터키)의 유명 관광지인 파묵칼레에 관광 온 사람들을 흐릿하게 보여준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일까? 아니다. 흐릿해서 덜 보이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작가는 온라인에서 수집한 관광지 사진을 원본의 주인공이 중요하게 바라보았을 단서들을 지워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흐릿함은 짧은 순간 우리 눈의 망막에 맺히는 이미지와 비슷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 눈은 시야 전체를 동시에 선명하게 볼 수 없다. 한순간엔 중앙부의 극히 일부분만 선명하게 볼 수 있는데, 눈동자를 움직여서 선명한 부분을 늘린다.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런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의 레저 생활은 작가의 흐릿한 눈으로 현실에서 상상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타인의 추억이 나의 기대가 되기도 한다. 눈은 선명하게 보지 못해도 머리가 선명하게 보아내는 것이니, 선명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때론 사진 속에서 아쉬움은 희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