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나 작가의 작품은 색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색과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연구 및 분석하여 회화 작품을 만든다. 색에 대한 그의 관심은 언어와 기호로도 이어져 색채 산업과 우리 사회의 구조를 비추기도 한다.
Park Meena. MMCA Artist Talk with Park Meena at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MMCA) ©MMCA/ artist
작가의 초기작을 들여다보면 그의 작업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을 하늘’(1995)은 한 달 동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보이는 하늘을 관찰하고 그 색을 물감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처럼 색 자체를 수집하고 연구를 하던 작가는 1998년부터 회화 장르의 근본인 ‘색칠하기’를 되돌아보기 위해 어린이 학습용 색칠 공부 책을 수집하고 연구한다.
색칠 공부 책 속에 표현된 태양, 별, 동물과 같은 여러 도상이 출판사마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을 발견한 작가는 특정 모양만을 남기고 배경을 색칠한 ‘색칠 공부 드로잉’ 연작을 제작한다.
Park Meena, '14 Shades of Monochrome and Green, Blue, Red and Black Light,' 2020, lights, wall painting.
"Diving into the Color," at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MMCA), Gwacheon.
색과 이미지 중에서 색 자체에 대한 관심은 ‘오렌지 페인팅’(2002~2003)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작품은 전국에 있는 모든 오렌지색 물감을 수집해 한 줄씩 캔버스에 그려낸 작품으로 색을 혼합하지 않고 시중에 생산된 색깔을 그대로 사용했다. 해당 작품은 일면 국내 색채 산업에서 말하는 주황색의 범위를 알아보는 일종의 기록이 되기도 한다.
Park Meena, '5'PIU;UVYQ,' 2010, Acrylic on canvas, 62 x 62 in. Courtesy of the artist.
추후 그려진 연작에서는 가장 최신의 색상 경향을 알아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반에 그려진 ‘딩벳 회화’에는 당시에 많이 생산된 색상이었던 야광, 형광, 반짝이 물감이 등장한다.
‘딩벳 회화’는 색채에 대한 작가의 연구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언어 그리고 기호로 확장된 작가의 관심사를 비추는 연작이기도 하다. 이 연작은 딩벳 폰트를 활용한 작품으로, 문자 폰트가 아닌 간단한 이미지 혹은 기호가 문자를 대신하는 폰트를 말한다.
작가는 욕설을 영어로 바꾸고 이를 다시 딩벳 문자로 변환해 그 이미지를 작가만의 기준으로 확대하고 색을 입힌다. 언어가 암호화된 ‘딩벳 회화’ 연작은 물감 산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Park Meena, 'Green Scream,' 2019, Acrylic on canvas, 180 x 180 cm.
"Nostaliga Through Noise" at Prompt Project,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2001년에 시작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크림’ 연작은 색채와 이미지의 형태를 연구한 작품이다. 이 연작 속에 등장하는 만화 캐릭터 같은 아이는 하트 모양 목젖을 드러내 놓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특정 행동만을 취한다.
작가는 이 연작을 제작하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따른다. 12등분이 된 그리드 안에서 정방형 동그라미를 활용하여 소리 지르는 아이와 하트 모양 목젖을 그리는 것이다. 작품은 이 규칙 안에서 다양한 변형이 이뤄진다.
작가는 ‘스크림’ 연작을 음악, 특히 한 주제로 높거나 낮은 음을 반복하여 구성한 음악 형식인 푸가와 비교한다. ‘스크림’에서는 작품의 특정 요소를 연속적으로 나타내는 한편, 이를 발전시키고 엮으며 작품에 의미와 내레이션을 추가하기 때문이다.
Exhibition view of "Nostalgia Through Noise" at Prompt Project. Seoul.
April 21 - June 9,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이처럼 박미나 작가는 색채와 관련한 현대 산업의 단면을 기록하는 작가로 회화적 기술, 색채에 대한 고찰을 작품에 반영하여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박미나 작가는 1996년 미국 밴슨홀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0년 제1회 두산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서울), 일민미술관(서울), 독일은행(홍콩) 등에 소장되어 있다.
박미나 작가는 지난 4월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인 Prompt Project(프람트 프로젝트)에서 6월 9일까지 “Nostalgia Through Noise”전에 참여하고 있다. 전시는 3인 전으로 정희민과 이은우 작가도 함께하고 있다.
References
- 국립현대미술관, MMCA 작가와의 대화 | 박미나 작가 (MMCA Artist Talk | MeeNa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