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N/A

한지형 작가가 개인전 《identi-kit : The people’s choices》를 오늘(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연다. 장소는 을지로에 위치한 ‘N/A’, 월요일은 휴무다.

《identi-kit : The people’s choices》는 인간의 지성으로 해석되는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실체를 탐구하고 신체라는 사회 구조적 모델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다룬다. 전시장의 2층에는 식물 조경과 회사의 로고가 적힌 리플렛, 커피 테이블과 텔레비전 스크린이 한데 모여있다. 

비즈니스호텔의 한 공간이나 인테리어 카탈로그의 이미지처럼 연출된 전시장은 자연과 환경이라는 단어가 오직 '단어'로만 남아있는 미래의 시간을 설정으로 상상된 장소이다. 본 전시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 기업의 쇼룸을 표방하는데, 이를 통해 인간의 몸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과 동시에 또 다른 실체인 비인간 개념을 활성화하고, 지성으로 파악된 세계의 형상과 감각에 포착된 세계의 형상을 비교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의 시대에서 접하는 유사 과학과 선동을 유발하는 이미지에 흥미를 갖는 한지형 작가는 사이비 테크 스타트업 모델로서 가상의 회사 『identi-kit』를 설립했다. 전시의 부제목인 The people's choice는 1981년 그룹 마테리얼이 기획한 전시 제목을 인용한 것이다. 

Installation view ©N/A

『identi-kit』은 생체 분자 구조와 뉴런, 배아의 재생과 발생, 유전 공학 등의 디지털 패턴으로 처리되는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 형태와 이미지를 탈피하며 새로운 실험실의 종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약을 펼치는 기업으로, 과학주의적 자연관을 통해 생태와 환경 연구를 지속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 Lynn margulis 가 주목하는 세포 내 공생 endosymbiosis 개념으로부터 창조된 『identi-kit』의 이념은 플랫폼 유저들을 생태계 안에서 공생하는 존재자들에 빗대며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이미지를 호명하고, 오직 하나의 인간이 되기보다 다수의 인간을 내재하고 있는 자아를 강조하며 다수로부터 만들어지는 형태를 제안한다. 

'개인'을 대여, 차용하는 공유 경제 시스템과 협력 구조를 통해 운영되는 새로운 SNS 모델은 개개인의 정신적 구성물이 생성하는 감각을 투여하고 형상화하면서 추상적 이미지를 구현하게 한다. 우리의 신경을 진동하게 하는 사건들과 경험에 의해 흡수된 것들, 개인의 이미지 편집 행위를 통해 태어나는 이미지들은 하나의 세계와 탄생물(크리쳐)이 되어 인간적 외양과 모습으로 결정되는 것을 철저히 지워버린다. 공생자를 찾는 여정 속에서 유저들은 다양한 굴절과 반사의 필터를 접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며 추상적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감각되는 활동의 부피가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래진 유저들의 이미지는 사건의 장소가 되는 신체를 공유하며 '우리' 로 묶이는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identi-kit』은 우리를 유지하는 것들과 환경, 기술, 경계의 관념을 확대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영토적 자아와 부족들을 응원하며 함께 만들기 Making - with - world를 이념으로 삼고 있다. 개인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레이어는 하나의 자아를 향해가며 여러 가지 손실을 경험하는데, 그럼으로써 이제껏 타 플랫폼의 유저들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요소들을 자체적으로만 생성해왔다. 『identi-kit』는 그러한 한계를 돌파하며 새롭게 공명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공생자를 찾는 여정 속에서 유저들은 다양한 굴절과 반사의 필터를 접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추상적 형상을 갖게 된다. 다른 존재, 즉 타인과 나누고 공명하면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세계, 생명의 DNA 가 지닌 구조를 초월하여 만들어내는 추상적 세계는 초월적 미래를 향한다. 인간이라는 거대한 공간의 압축을 해제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경계로부터 발생하는 정체성과 자아가 표면에 닿으며 생성되는 유희들은 예측 불가한 다원성으로의 전환을 불러일으키고 미래의 비주얼에 대한 지속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