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 PKM Gallery

PKM 갤러리는 2016년 8월 29일부터 10월 7일까지 배영환 작가의 전시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영상과 조각, 드로잉 작업을 아우르는 작가 배영환의 근작 및 신작 총 11 점을 갤러리 공간에 맞게 재 구성하여 선보이는 프로젝트 전시이다.

한국의 동시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배영환 (b.1969)은 조각, 회화, 사진, 영상, 설치작업은 물론 사회참여적 공공미술, 영화 시나리오 등 매체와 분야를 망라하는 다양한 작업활동을 펼치며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시아 작가 중 한 명으로 실험적인 전시들을 통해 중요한 발언들을 이어왔다. 대중적/하위 문화적인 키워드를 사용하여 일상과 미술을 소통시키고, 개념과 형태적 미학 사이의 완벽한 조화를 구현하는 그의 작품들은 한국 사회와 문화의 한 면을 점유하고 있는 특유의 감성과 사상들 간의 의미 깊은 공모(共謀)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초기 대표작 〈유행가〉 이후, 〈남자의 길〉, 〈거리에서〉, 〈바보들의 배〉, 〈불면증〉 등에 이르는 작가 배영환의 작업들은 획일화된 한국 사회의 중심들로부터 소외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알약, 깨진 술병조각, 약솜 등으로 흘러간 노래가사를 적어 내려간 ‘유행가’ 시리즈를 통해 근, 현대사의 어두운 시대정치적 현실에 고뇌하는 청춘을 위로하는가 하면, 〈남자의 길〉에서는 거리에 버려진 생활목재를 기타로 부활시켜 한국 근대사의 못 다한 낭만과 삶의 애환을 쓸쓸하게 그려낸다. 술병을 깨어 부순 조각들을 덧붙여 완성한 아름다운 샹들리에 작품 ‘불면증’ 시리즈에서는 화려한 도시 이면에 잠 못 이루는 우리 시대를 향한 짙은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Installation view © PKM Gallery

작가 배영환의 작업의 또 다른 중심을 이루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 – 사라져가는 문자들로 둘러 쌓인 공간에서 평화와 공존, 상생의 의미를 사유하는, 문화 소외지역의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조립식 컨테이너 도서관 프로젝트 〈내일〉, 무료식사 배급소의 지도가 담긴 수첩을 제작하여 노숙자들에게 나누어 준 〈노숙자 수첩-거리에서〉, 청각장애 학생들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대형벽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 는 사회적 의식의 예술적 실천이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관한 희망적 답안이 되어왔다.

인간의 의식과 내면의 탐구라는 새로운 미학적 방향을 제시한 〈오토누미나〉에 이어, 최근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추상동사〉 시리즈는 박제되어 개념으로 남은 “추상명사” 대신, 의지와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추상동사”에 주목하며 존재의 본질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016년 플랫폼-L 개관 展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새들의 나라》는 현실과 이상을 아우르는 ‘새’라는 상징적 정체를 통해 아시아 문명 속에 내재된 근원적 사유와 원형적 미의식을 현대적 시각언어로 풀어냄으로써 미학적 통섭이라는 거대한 밑그림을 그려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