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심리학 분야의 주요 논문인 ‘자아와 원초아’(1923)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마음의 세 가지 행위자를 설명한다. 인간의 잠재의식에서 작용하는 원초아(the id)는 개인의 육체적 본능을 일으키는 것으로, 원초적인 감정적 충동과 신체적 욕망으로 구성된다. 초자아(the superego)는 이상적인 자아상을 투영하며 사회로부터 학습한 가치와 규범을 반영하는 도덕적 양심으로 작동한다. 자아(the ego) 혹은 의식은 이 두 가지 반대되는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현실적 조건에 대응하고 개인의 정신을 정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원초아와 초자아 모두를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이은실은 심리 장애를 일으키는 복잡하고 억눌린 감정을 중심으로 이러한 심리적 힘에 대항하는 자아를 시각화한다. 이전 작업에서 작가는 원초아에 대한 자아의 억압을 그녀만의 조형적 언어로 다뤘다. 한국 수묵화의 전통을 연상시키는 풍경과 건축적 모티브와 함께 호랑이와 다른 동물의 교미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그녀의 작업을 불안정한 시각적 강도로 채운 것이다. 이러한 유사 우화적 회화에서 드러나는 충만한 성적 충동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본능적 충동을 조절하는 행동 제약을 지배해온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논쟁을 와해시키려 했으나 실패한 작가의 시도를 반영한다.
최근 작업에서 이은실은 그녀의 창조적 탐구를 자아와 초자아의 내적 줄다리기로 전환한다. 이 역학 관계에서 도덕적인 초자아는 원초아의 충동을 완전히 내면화 하지 못하고 정복하지 못하는 자아의 무능력함을 처벌하는 강력한 한 방을 촉구한다. 초자아의 근본적 원칙은 완벽에 대한 것이기에 자아는 필연적으로 그 엄격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사회 전체가 개인에게 부과한 윤리적 이상을 강화하는 죄책감과 불안, 열등감이 생긴다. 이러한 감정은 편집증과 정신분열증과 같이 자아가 실재와 상상을 구분 짓지 못하는 심리 장애를 일으키는 전제 조건을 생성한다.
전시 “불안정한 차원”은 현실로부터 정신병리학적으로 분리된 뒤틀린 시공간 장을 구성함으로써 자아와 초자아의 갈등에 대한 다각도의 관점을 제시한다. 이은실의 회화는 물리적 전위, 중첩, 분기하는 시간성을 특징으로 하는 불확정적인 시공간 감각을 집합적으로 배치한다. 전시명과 동일한 제목의 작품은 회화적 공간의 파열된 차원성을 제시한다. 시간의 개별 순간을 각각 붙잡고 있는 이들은 다른 불투명도와 물질성이 결여된 평면 형태를 가진 부피 체적 구획의 배열로 강조된다. 절단된 신경망이 여전히 부착된 상태로 신체로부터 분리된 세개의 뇌는 직선형 시공간의 다양한 조합을 부유하며 그들의 분절된 존재의 기간을 한정 짓는다. 통제된 정신 덩어리의 주변에 떠 있는 여성과 남성의 성적 기관은 모호한 관계성의 한계적 존재를 드러낸다. 이 모든 것들의 아래 어딘가에 희미하게 보여지는 산과 폭포의 모습은 각기 다른 초점 범위를 통합하여 작품의 초현실적 주체성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 확산하는 풍경을 제시한다.
작가의 신작에 드러나는 질감과 밀도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그녀의 관점에 실체를 부여하는 두 가지 지속적인 표현의 매개체이다. 이 변수들을 조정함으로써 작가는 존재론적 구분을 초월하는 다원적 인식을 불러온다. 이것이 언어화 될 수 없는 회화의 심리적 상태이다. 이들은 자아 감각에 대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신을 구성하는 행위자들이 고군분투할 때 우리 모두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격렬한 전투에 내재된 혼란과 변동성의 증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