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종근당 예술지상에 김선영·유승호·최수련

April 22, 2020

윤다함 (아트 조선)

2020년 종근당 예술지상에 김선영, 유승호, 최수련 세 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선정작가에게는 3년간 매년 1000만원씩 총 3000만원 창작지원금과 지원 3년째 되는 해에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김선영, 선잠과, 2019, 장지에 채색, 145.5 x 224cm

김선영의 수묵·채색은 명징하고 투명하다. 그리기의 맛을 수묵으로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 작가다. 그의 화면은 흡사 자아의 내면과 공동체의 역사가 응집된 벅찬 덩어리 같은데, 그 덩어리들이 화면 속에서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나오는 듯하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어둡고 음울한 풍경을 닮은 그의 작업에서 동서양의 경계를 해체하고 회화의 본질을 향해 분투하며 나아가는 작가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다.

Yoo Seungho, 'Miss Lamella,' 2019, Ink and acrylic on canvas, 96 x 72 in (245 x 183.6 cm). Courtesy of the artist.

유승호의 작업은 마치 화면 위에 문자로 이루어진 랩을 이미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틀비틀 이리저리 흔들리는 문자는 의성어나 의태어를 닮았다. 일상의 문법과 표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느낌과 경험을 문자화, 이미지화하려는 모습이다. 작가는 ‘쓰기-그리기’의 관계를 표현하며 글자로 산수를 그리는 형식을 통해 전통적인 회화 장르의 구분을 해체해왔다. 회화와 문학의 경계, 시각이미지와 문자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표현되는 새로운 형식을 음미할 수 있다.

최수련, 魔王, 了, 2019, 린넨에 유채, 230 x 160cm

최수련의 그림은 설화집의 주인공이나 선녀 같이 익숙한 이미지가 등장하지만 동시에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그는 우리 정서에 이미 녹아들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끄집어내어 새롭게 펼쳐내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동양고전을 빙자한 화면에서 지금 우리의 삶과 만나지는 어떤 지점을 끄집어내고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뿌옇게 삭은 듯한 화면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화면에 담아낸다.

이번 예술지상 심사는 1차로 류철하 대전 이응로미술관장, 안소연 미술평론가, 황석권 월간미술 편집장, 2차로 홍순명 작가, 윤재갑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 김노암아트스페이스휴 대표가 맡았다. 종근당예술지상은 ㈜종근당, (사)한국메세나협회,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9회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