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텔지어 쓰루 노이즈

Apr 21, 2022 - June 09, 2022

전민경

프람프트 프로젝트 개관 기념전시 < Nostalgia through Noise >는 각기 다른 은율과 리듬, 정서적 사운드들이 모여 감성을 회복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노스텔지어’의 어원 노스토스(nostos)는 고통, 슬픔, 고민을 뜻하는 알고스(algos)가 합쳐진 언어로 궁극적인 정서의 회복을 상징한다. 이를 기반으로 음악을 구성하는 소리의 주요 요소인 색채, 리듬, 볼륨은 실로 음악 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적용이 되는 표현이며, 조형적으로도 주요한 요건이다.

Exhibition view 'Nostalgia through Noise'

전시 < Nostalgia through Noise >는 이러한 순수 조형의 기본 요소를 축으로 각기 다른 감각을 발휘하는 초대작가 박미나, 정희민, 이은우의 신작과 미공개 구작을 통해 음악의 정서와 미술의 교차적 감정을 생성해보고자 했다.

전시는 음악과 미술을 아우르는 순수조형적 요소들: 색(톤), 리듬(운율), 크기(볼륨)를 기반으로 구성했다. 전시의 구성은 1층에 위치한 정희민은 리듬(운율)의 인상으로 시작한다. 음악의 대표적인 사조, 낭만주의 정서를 동 시대적인 감각으로 전유한 이 작품들은 스크린 자체를 하나의 공간이자 화면, 캔버스의 환영의 장으로 상정하여 각각의 캔버스들이 고유한 인상을 보여주면서도 그것들이 모아진 총체적인 감각을 동시에 상기한다.

Exhibition view 'Nostalgia through Noise'

뿐만 아니라 정희민이 다루는 3D 회화의 감각을 십분 발휘한 시리즈 ‘On Vacation’은 마치 물가와 그 표면에 반사되는 빛의 나른한 감각, 그리고 텅 비어 있는 상태를 통해 부유하는 생각들을 로렘 입숨 (Lorem Ipsum)에서 발견되는 더미 텍스트들을 통해 드러냈다. 이미지를 채우기 위한 텍스트들인 로렘 입숨은 대개 의미없이 사용되지만 이미지로 치환되며 부분적으로 그것들의 단어, 단어의 상징성들이 직관적인 메시지를 통해 경험하는 이미지로 역할 한다. 이는 디지털 세계와 현실을 아우르는 이미지로서 감각적으로 환원하여 과거 낭만주의의 정서가 회고하는 구체적이고, 섬세한 감정들을 공간적으로 투사되고, 공간이 회화속에 잔존하는 시지각적 환영적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Exhibition view 'Nostalgia through Noise'

이후 전시장의 1층과 2층을 연결하며 공간의 심상을 아우르는 이은우의 작품은 크기 곧 음악의 볼륨이 상기하는 단계적인 발달과 상태를 보여준다. 비 물질적인 크기와 형태, 나아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공간은 점차 그 추상성을 물질적으로 치환하여 혼성적인 감각을 발생시킨다. 흥미롭게도 시간의 축적을 드러내는 작품 재료는 일련의 시간의 예술로서 작품의 완결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단계적인 창작 과정을 상상시킨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신작 목조 조각 및 레치-훅 (스킬자수) 시리즈는 과거 모더니즘의 상징적 이미지들이 그에 반하는 일상적이고, 공예적인 재료와 기법을 통해 전환되며, 그것이 발생시키는 동시대의 정체성을 형식적으로 치환했다.

Exhibition view 'Nostalgia through Noise'

2층 전시장에는 박미나는 색채, 곧 톤의 변주를 다성음악의 대표 방식인 푸가(fuga)에서 기인한 ‘스크림’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는 음악의 주요형식중의 하나인 모방 대위법, 곧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며 진화하는 무한한 선율 및 이미지의 반복과도 연결된다. 박미나의 대표 작품이자 이번전시에서 공개되는 신작 ‘스크림’ 시리즈는 잘 알려진 미국 만화가 찰스 슐츠(Charles Schulz)의 캐릭터인 찰리 브라운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추상화한 작품이다. 비명 지르는 행위와 입에서 나오는 음파를 다양한 색깔의 그라데이션으로 시각화 했으며, 소리가 이미지로 치환하는 감각을 일깨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명을 지르는 인물과 하트 모양 도상을 근간으로 하나의 주제에서 고음과 저음이 모방 반복되는 음악적 형태인 푸가를 통해 그 무한한 변이를 진화하고 실험했다.

Exhibition view 'Nostalgia through Noise'

이 전시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음악과 미술의 순수 조형요소인 소리, 색채, 크기에 대한 감각은 단순히 우리의 반응을 자아내는 것 외 감정의 희비를 발생시키고, 기억에 따른 경험을 환기한다. 그것은 마치 여러 소리의 연합이 도모하는 회고와 사색적 성격을 너머, 그 감각의 기저에 존재하는 영혼을 깨어내는 것과 흡사하다.

때문에 전시< Nostalgia through Noise >를 통해 새롭게 잉태되는 전시공간 프람프트 프로젝트가 향후 이 공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실험적인 시도와 접근 방향 외에도, 앞서 소개한 순수예술의 주요 요소들이 동반하는 입체적인 가치를 도모하는 장으로서 역할하기를 기대하며 활약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