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 펜타곤> 전시 서문

May 27 - July 17, 2021

A Team

피비갤러리는 5월 27일부터 7월 17일까지 이동기 개인전 <펜타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피비갤러리의 2018년 <이동기 : 2015 ~ 2018>전과 2019년 <이동기, 1993 ~ 2014 : Back to the future> 전에 이은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동기의 작품은 크게 여섯 가지 시리즈로 구분할 수 있는데, 본 전시는 서로 충돌하고 중첩하는 방식을 통해 오늘의 문화현상과 현대사회의 단면을 나타내는 이동기의 ‘절충주의(eclecticism)’ 시리즈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되었다. 특히 높이 2.4미터, 길이 10미터의 대형 회화작업 <펜타곤>과 함께 신작을 공개하며 절충주의 주요 작품들을 깊이 있게 다룰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19년 피비갤러리에서 발간한 도서(DONGI LEE, Conversation with Art Critic Ryu Byeonghak)에 이은 절충주의 회화를 소개하는 화집이 함께 발간될 예정이다

Partial installation view of "Pentagon" at PIBI Gallery, 2021.ⓒ Lee Donggi / PIBI GALLERY

이동기는 한국 현대미술에 본격적으로 만화 이미지를 도입한 1세대 작가로서, 1990년대 초반 예술형식에 대한 실험과 매체 환경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났던 시기를 배경으로 1993년 일본의 아톰(Atom)과 미국의 미키마우스(Mickey Mouse)가 혼종된 아토마우스(Atomaus)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후 2000년대 매스미디어와 소비의 시대가 빠르게 활성화 되면서 믹톰(Mictom), 네로(Nero), 도기독(Doggy Dog), 에이맨(A-Man), 박스로봇(Box Robot), 프로이드 박사(Dr. Froid) 등 서브 캐릭터(sub-character)를 만들며 작품활동을 전개해왔다.

Partial installation view of "Pentagon" at PIBI Gallery, 2021.ⓒ Lee Donggi / PIBI GALLERY

이동기의 작품은 서브컬처(subculture)와 함께 다양한 이중성을 암시하는 낯익고도 이질적인 요소들-인터넷상에서 추출한 단어와 이미지-이 뒤섞인 ‘절충주의(Eclecticism)’ 를 비롯하여 강박적인 자기모방을 통해 분화되고 변이되어온 ‘아토마우스(Atomaus)’, 캔버스 화면을 두 개로 나누어 아토마우스와 추상회화를 담은 ‘더블비전(Double vision)’, 표현주의적인 요소로 채워진 올오버 ‘추상화(Abstract painting)’, 해외에 소개된 한국 드라마의 장면을 캡쳐 한 후 다시 그림으로 옮긴 ‘소프 오페라(Soap opera)’, 만화의 한 페이지에서 원하는 부분을 잘라내어 캔버스에 확대시켜 그리는 ‘코믹스(Comics)’ 등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동기의 회화는 동시대적 감수성을 담은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하고 편집하여 사용하지만 어떤 특정한 내러티브를 담고 있지 않으며, 각 요소간의 이해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실제로 오늘날 멀티미디어, 디지털 매체로부터 오는 무수한 시각 이미지와 사회로부터의 자극들은 사소한 생활 속의 풍경과 중첩(layered)되거나 의미 없이 병치되는데, 이 같은 특징을 가장 대변하는 작품이 ‘절충주의’라 그룹 지어진 일련의 레이어드 페인팅(layered painting)이다. 여기서 ‘레이어(layer)’는 상이한 이미지들이 화면위에 중층적으로 축적된 것을 말하며, 작가는 2010년부터 이러한 ‘절충주의’ 시리즈를 꾸준히 작업해왔다. 대량 소비문화와 서브컬처가 결합되어 입체적인 해석을 끌어안는 이 절충주의 시리즈는 서로 충돌하고 중첩되는 방식을 통해 오늘의 문화현상과 현대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Partial installation view of "Pentagon" at PIBI Gallery, 2021.ⓒ Lee Donggi / PIBI GALLERY

피비갤러리는 2018년 이동기의 첫 번째 전시에서 특정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 경향으로 ‘절충주의’ 와 ‘추상화’ 를 다루었고, 두 번째 전시 <이동기:1993 ~ 2014 : Back to the future>에서는 1990년대 한국 팝아트의 탄생을 이끌었던 이동기의 초기 작업을 재조명하며 이동기 회화의 근간을 이루는 태도와 방식을 소개하고 한국 현대미술에서 팝아트가 탄생했던 배경과 한국 팝아트 1세대 작가로서 이동기의 위상과 역할을 짚어보고자 하였다.

Partial installation view of "Pentagon" at PIBI Gallery, 2021.ⓒ Lee Donggi / PIBI GALLERY

이번 피비갤러리 전시<펜타곤>은 이동기 회화를 이해하는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혼종과 혼용 그리고 충돌과 레이어링이 전면에 다루어지는 절충주의 회화를 심도 있게 짚어 보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특히 작가의 절충주의 회화는 그의 다양한 캐릭터들과 채집된 방대한 자료들이 한데 뒤엉켜 단절된 듯 하면서도 흥미롭게 서로 얼개를 이루는 화면으로 완성된다. 이번 피비갤러리 전시는 그동안 단순하게 바라보던 캐릭터와 그 변주를 좀 더 깊이 있는 차원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하는데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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