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민 작가, 빌딩숲 속 도시인들의 무미건조함을 포착하다

September 5, 2022

A Team

Park Chanmin, 'CTS 06_OSA,' 2015, Digital Pigment Print, 39.3 x 51.1 in (100 x 130 cm)

박찬민(b.1970) 작가는 점점 증식되는 도시에 관심을 갖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의 삶을 사진을 통해 통찰한다. 어딘지 현실에서 벗어난 듯하고 삭막한 느낌을 주는 작품 속 풍경은 도시가 갖는 보편적인 본질을 드러내면서도 획일적인 도시 속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Park Chanmin, 'Intimate City,' 2008. Courtesy of the aritst.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작업했던 ‘Intimate City’는 도시 내 거주 지역에 대한 작가의 첫 연작이다. 먼 거리에서 보이는 흑백의 아파트 단지는 흐릿한 연무 속에 잠겨 있다. 사진 속 아파트에는 상호명이 지워져 있다. 그나마 있는 개성이 지워진 것이다. 아파트 브랜드는 주거 지역의 가치가 매기고 상징적 계층까지 형성하지만 상표 없는 아파트 단지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단조롭고 획일화된 도시인의 삶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2010년부터는 한국의 아파트와 스코틀랜드의 공동주거 형태의 건물을 소재로 한 ‘Blocks’ 연작을 시작했다. 이 연작에서는 보다 가까이서 건물을 찍는다. 건축물의 창과 문 그리고 겉면에 드러난 간판, 광고, 명패 등을 지워 균일한 단면이 부각되어 있으며 기하학적 공간으로 재해석되었다. 이렇게 단순화된 건물들은 마치 창고, 컨테이너, 그리고 제목이 나타내듯 장난감 블록을 떠올리게 한다. 내부와 외부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창구가 닫혀버린(block) 공간은 오늘날 소통이 단절되고 도시 현대인의 삶을 나타낸다.

Park Chanmin, 'Untitled_01,' 2012 ,digital pigment print,100x135cm.

유럽의 건물을 찍은 ‘Untitled; The Level of Deception’(2012~2014)는 대체로 하나의 건축물 또는 구조물에 집중하는 연작이다.

어떠한 음영도 없는 무채색의 공간 속에 놓인 건물은 마치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일말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그려낸 듯 한두 쪽 단면만을 보여준다. 이 연작 속 건물들은 색감이 살아 있음에도 그 구도 때문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되려 초현실적이고 삭막한 느낌마저 준다.

Park Chanmin, 'Urbanscape_002,' 2014, digital pigment print,100x122cm.

작가의 관심은 이후 다양한 도시권으로 확대되어 서울, 부산, 대구, 홍콩, 마카오 등 다양한 도시의 건축물을 담아낸다. ‘Urbanscape; Surrounded by Space’ 연작은 개별 건축물보다는 도시 공간과 그 구조에 집중한 연작이다.

여러 지역의 건축물을 포착하긴 했지만 그의 사진 속 건물들은 도시 공간이 갖는 보편적인 특성만이 강조되어 있다. 즉, 각자만의 지역성이나 개성이 드러나기보다는 도시 공간 속 선과 면이 강조되면서 선과 선, 면과 면이 겹치고 선과 면이 혼재되는 장면이 만들어진다. 도식화된 디자인 작품처럼 건축물들은 단순 평면화 되어 메마른 도시인의 삶을 은유한다.

Park Chanmin, 'CTS 04_HKG,' 2016, Digital pigment print, 47.2 x 83.8 in (120 x 213 cm) x 3pcs.

빌딩숲을 담아낸 ‘Cities’ 연작은 그의 초기 연작처럼 도시의 조감도를 그려낸 듯 대도시 풍경의 독특한 구조를 멀리서 조망한다. 그리고 ‘Blocks’ 연작과 같이 빌딩들의 외벽에 있어야 할 창문이나, 발코니와 같은 세세한 부분들을 지우고 색도 균일하게 다듬었다. 거대하고 육중한 덩어리만 남은 빌딩들은 마치 박물관의 미니어처 모형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도시 구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 연작 또한 여러 도시에서 촬영되었지만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박찬민 작가는 오랫동안 사진을 통해 도시 공간과 거주 환경에 대한 사진을 찍고 있다. 겉에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을 단순하게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도시의 진정한 모습 그리고 도시 구조의 본질을 포착하고자 한다.

Artist Park Chanmin. Courtesy of the artist.

박찬민 작가는 2008년 갤러리 룩스(서울, 한국) 신진작가 지원 공모에 선정되며 첫 개인전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아홉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는 제1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KT&G 상상마당, 한국)로 선정되었으며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작가’ 전시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한국), 일우재단(서울), 대구미술관(대구, 한국),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소버린예술재단(홍콩, 중국)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