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다른 예술 형식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매체로, 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예술 형식이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진 매체 기술과 함께 국내 많은 작가들이 기존의 대상을 새로운 맥락으로 읽어내고 전혀 다른 구성을 만들어내면서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서 김신욱, 김천수, 정지현 작가는 사진 매체를 통해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다.
김신욱 작가는 소재나 대상을 찍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 주변부를 오랜 시간 관찰하며 그 경계선에 둘러싸인 이야기를 민족지학적 또는 문화 현상적 관점으로 조사한다. 김신욱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대상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풍경, 역사, 전설 등을 조사하고 인터뷰를 하며 작업을 한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김신욱 작가의 작품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집 자료도 작품과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 주제는 작가의 경험과 관심사와 같이 개인적인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과거에는 오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공항에서 픽업 서비스 일을 하면서 공항 주변의 변화하는 풍경, 삶, 제도 등을 포착해 작품으로 펼치기도 했다. 또한, 조부모가 이북 출신이라는 가족사와 관련하여 분단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작가는 해외 거주 탈북자의 이야기나 동해북부선 일대의 흔적을 찾는 작업을 해왔다. 즉, 김신욱 작가의 작품은 대상의 주변부, 경계선만큼이나 그 장소가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작동하며, 관객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상상과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
김신욱 작가는 영국 왕립미술원 브리티시 인스티튜션 어워즈 수상을 비롯해 프랑스 툴루즈 매니페스토 사진 페스티벌 선정 작가, 제7회 아마도 사진상과 KT&G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작가상 등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핀란드 국립미술관, 이탈리아 팔라초 타글리아페로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 러시아 크라스코야르스크 미술관 비엔날레 등의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본 기요사토 사진미술관, 한국 고은사진미술관,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등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어 있다.
김천수 작가는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사진은 현실을 포착하는 매체로서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세상의 단면을 담아낼 수밖에 없다. 기술은 계속해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진에는 어긋나는 요소들이 발생한다. 우리 사회 또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테러, 갈등, 차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작가는 사진과 우리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이러한 오작동 요소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이를 사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김천수 작가는 다양한 사건 이면에 있는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재현하기 위해 사회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을 왜곡과 노이즈를 통해 시각화한다. 영국 유학 기간 동안 사진으로 기록했던 다양한 사회 문제와 테러 등 이슈가 발생한 장소의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왜곡시키거나 사건 관련 텍스트를 삽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왜곡은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미적 요소 같기도 하다는 점에서 양면성을 띤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사진 작품에 담기 위해 작품의 구도는 단순하게 유지하면서 작품에 사용된 텍스트나 전시 제목을 통해 단서를 남기는 등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넣는다.
김천수 작가는 2019년에 스페이스 22(서울), 2018년에 일우스페이스(서울), 2009년에 인사아트센터(서울), 2007년에 스페이스 바바(서울)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으며, 2018년에 SeMA벙커(서울), 2012년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베를린) 등 여러 그룹전에 참여했다. 또한 2018년에는 제9회 일우사진상 전시 부문을 수상했다.
정지현 작가는 변화하는 도시 환경을 기록한다. 특히 그는 건물이 철거되고 건축되는 재개발 지역의 건설 현장을 사진으로 남기는 데 관심을 갖는다. 즉, 정지현 작가는 도시가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하고 건물을 둘러싼 숨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담고자 한다. 그러한 과정을 포착하고 기록하는 것은 도시의 역사를 보존하는 작가만의 고유한 방법이자 그의 예술적 실천을 수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건축사진가로서 정지현 작가는 출입이 제한된 재개발지역의 건설 현장이나 철거 현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단순하게 그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직접 개입해 건설 현장에 변화를 주어 철거와 건축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예를 들어, ‘Demolition Site’ 시리즈에서는 곧 허물어질 예정인 건물 내부의 방을 붉은색 페인트로 칠해 그 장소가 한때 누군가의 삶이 깃든 집이었음을 강조한다. 이후 작가는 건물이 철거되면서 산산이 흩어진 붉은 벽면의 파편을 따라가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정지현 작가는 2013년에 송은아트큐브(서울), 2014년에 KT&G상상마당(서울), 2016년에 갤러리오뉴월(서울), 그리고 2015년에 BMW포토스페이스(부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3년에는 제14회 포토스페이스 사진 비평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제6회 KT&G SKOPF의 최종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독일 라이카 카메라의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및 핏테 그룹의 프릭스 픽테상의 후보로 지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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